서상혁 VIP동물의료센터 원장

 

늦은 새벽 입원실에 누워있던 작은 말티즈의 호흡이 순간 가빠졌다. 폐에 물이 찬다고 생각한 의료진은 다급하게 이뇨제를 투약했고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보호자를 호출했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잠못 이던 보호자는 잠옷 바람으로 달려왔고 얼굴은 이미 눈물범벅이 돼 있었다. 그나마 간신히 버티던 심장박동이 약해지면서 혈압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었다. 

약에 반응할 때까지 몸이 버텨줘야 하는데 이미 지칠대로 지친 몸은 간신히 붙들고 있던 ‘삶에 대한 의지’를 천천히 놓아버리는 듯했다. 혈압을 높이고 심장을 다시 뛰게 하기 위해 다급하게 약물을 투약했다. 

어느새 반려견 옆에는 빈 주사기가 수북하게 쌓였고 그 작은 주사기를 ‘하느님’처럼 믿고 있는 보호자의 눈빛은 이미 걱정과 슬픔으로 가득했다. 아직 11살. 죽음을 생각하기엔 이른 나이였다. 아니 가족들에겐 죽음을 생각할 시간조차 없이 상황이 너무 급박하게 진행됐다. 

반려견의 진단은 심장병에 의한 폐수종이었다. 폐수종은 공기로 채워져야 할 폐가 물로 채워진 상태로 호흡을 원활하게 할 수 없게 된다. 폐에 물이 찬다는 것, 바로 익사상태를 뜻하는 것으로 이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공포다. 몸속에서 점차 물이 차올라와 죽어가는 상상하기도 싫은 끔찍한 상황. 이것이 바로 심장병이다. 

수의사로 지내온 긴 시간동안 머릿속에 남아있는 가장 아쉬웠던 것도 심장병으로 고생했던 반려견이고 눈시울을 뜨겁게 만들었던 슬픈 보호자의 이야기도 심장병이었다. 이렇게 많은 반려견들이 심장병으로 고생하게 될 것이라고 그 때는 상상조차 못했다. 

지금은 하루에도 수차례 심장·신장질환 반려동물을 만나다 보니 이젠 심장병이 특별할 것 없는 익숙한 질병이지만 불과 10년 전만 해도 동물에게 이렇게 많은 심장병이 발병하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당시에는 심장검사에 필수적인 심장초음파를 구비한 병원이 거의 없었고 방사선검사와 청진기에 의지한 채 진단할 수 밖에 없어 조기발견도 쉽지 않고 정확한 진단도 어려웠다. 

비약적인 의학발전은 이제 심장병을 조기진단하고 소중한 반려동물과 함께 오랜 시간 건강하게 지낼 수 있게 해줬다. 하지만 10년 전에도, 그리고 지금도 의학발전만큼 중요한 것이 반려동물을 보살피는 가족의 마음가짐이 아닐까 싶다. 

필자는 이번호를 시작으로 소중한 반려동물의 심장이야기를 하려 한다. 다음호에서는 심박수의 의미에 대해 살펴볼 예정이니 만일 자신의 반려동물에게 심장병이 있다면, 또는 심장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면(특히 10살 이상의 말티즈, 시츄, 치와와, 카바니에 킹 챨스 스파니엘 등) 반려견의 1분당 심박수를 꼭 기록해 두자. 

심박수측정은 평온하게 쉬고 있을 때나 자고 있을 때 측정해야하며 가슴에 살포시 손을 얹고 심장박동을 느끼거나 귀를 가슴에 대고 심장박동을 들어 측정하면 된다. 잘 느껴지지 않거나 들리지 않는 경우 사타구니에 손가락을 넣어 대퇴박동을 느끼는 것도 좋은 측정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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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7271802372&code=900303#csidx2f03d6bf0f318b5b146c60320ffe817